유난히 손이 많이 가기에 힘들기로 유명한 사과 농사지만 배종형 대표에게는 멈출 수 없는 재미있는 도전이다. 소비자에게 좋은 품질의 사과를 제공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자긍심과 자부심을 갖고 일한다며 “힘이 닿는 한, 언제까지고 사과 농사에 매진하고 싶다”는 배종형 대표를 만났다.
농업인이라는 자부심과 긍지
사과농사는 다른 과수 농사에 비해서도 꽤나 힘든 축에 속한다. 육체적인 노동의 강도도 강할 뿐만 아니라 일 년 열두 달 꼬박 일해야 하니 쉴 틈도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야 나무에 달린 사과를 그냥 따면 되는 것 아닌가 하고 쉽게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사과 하나의 수확이 있기까지 농부는 27~28번 넘게 매만지며 정성껏 가꾸는 과정을 거친다. 환경의 영향에도 취약해 해마다 사과농사를 위협하는 기후변화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인 2018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자연의 냉혹함이 농가를 덮친 해였다. 봄에는 냉해, 여름에는 이례적인 폭염과 가뭄, 일조 피해까지 악조건이 다 겹쳤다.
그런 힘든 상항에서도 배종형 대표를 붙잡는 것은 사과농사 자체의 재미다. 사과농사는 수확의 정직한 기쁨을 안겨주는 ‘재미’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자식들과 주변에서는 이제 그만 사과 농사를 그만두고 노후를 편안하게 즐기라고 권하기도 하지만 그는 멈출 수 없다고 말한다. 배종형 대표는 “진정으로 재미있어서 농사를 짓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물론 소득도 생기지만 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생산한다는 보람 때문에 그만 둘 수 없다.”고 전했다. 또한 자신이 소비자에게 신선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안겨준다는 것에 대해 무한한 자긍심을 갖고 있다. 그는 “무작정 농사만을 짓는 것이 아니라, 농업인이라는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생산에 임하고 있다”고 말한다.
GAP인증 농산물 마크 획득, 믿고 먹는 사과
배종형 대표가 처음 사과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은 2004년, 지인의 권유 때문이었다. 물론 모든 일의 시작이 그러하듯, 첫해부터 농사가 잘 된 것은 아니었다. 사실상 초보에 가까웠던 그가 사과농사를 배우는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그러나 사과농사를 권유했던 형님의 지속적인 지원과 도움으로 사과 농사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 그 결과 1ha(3천평)의 농장을 혼자 힘으로 유지하며 사과 농사를 지은 지 벌써 14년 차다.
사과농사 하나에만 전념한 결과 2018년, 경희농원의 사과는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GAP인증 농산물 마크를 수여받았다. GAP인증은 쉽게 말하면 ‘사과의 이력을 보증하는 제도’이다. 재배 전, 재배과정, 수확 및 수확 후 과정에서 화학적, 물리적, 생물학적 위해요소를 법적 기준치 이하로 유지했을 때에만 취득 가능한 깐깐한 제도다. 맛뿐만 아니라 까다로운 품질 기준까지 만족시킨 것이다. 배종형 대표는 “농약 잔류량이 적어 사과 껍질 채 먹어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자신한다.
끝없는 연구토론으로 경쟁력 있는 사과 생산
사실 평지에 위치한 증평군은 일조 조건은 훌륭하나, 지리적으로 사과가 자라기 좋은 조건을 타고난 지역은 아니다. 보통 사과 재배의 최적의 조건은 기온차가 심한 고랭지로 알려져 있다. 기온차가 그리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경희농원에서 수확되는 사과의 당도는 15~17브릭스(Brix)로 평균을 상회하는 수치다. 그래서 한 번 경희농원의 사과를 맛 본 소비자들은 계속해서 구매를 이어간다.
이렇듯 경쟁력 있는 사과생산을 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그는 소비자에게 최고 사양의 ‘증평 사과’를 제공하기 위한 연구와 토론의 결과라고 강조한다. “타지역 농민들이 기울이는 노력이 50이라면 우리는 100에 가까운 노력을 기울였다고 자부한다. 증평군 농협기술센터의 지원 하에 지속적으로 모임을 개최하고 연구하고, 노하우를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며 서로 토론하며 잘 된 케이스를 모델링 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어 그 결과가 소비자의 만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 결과 이제는 증평 사과는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되고, 높은 브랜드 만족도로 사과 주문이 밀려든다. 물량 확보가 문제가 될 정도이지 판로 걱정은 전혀 없을 정도다. 높은 재구매율 덕분에 경희농원의 사과 거의 대부분은 직거래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배종형 대표는 “일만 마트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더 저렴하게 소비자에게 양질의 사과를 제공할 수 있어 자신도 보람되다”고 말한다.
‘앞으로 10년 정도는 더 사과농사를 지으시겠어요’라는 기자의 물음에 너무 짧은 것 아니냐며 앞으로도 10년이고, 20년이고 힘닿는 데까지 언제까지나 사과농사를 짓고 싶다고 말하는 배종형 대표였다. 그 헌신적이고 정직한 노력이 사과 하나하나에 닿는 모든 손길에 가득 담겨 있을 것이라 확신이 들었다. 높은 당도와 GAP 인증으로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데다 보다 합리적인 가격인 경희농원의 사과, 소비자가 선택하지 않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